안녕하세요, 리더스아이입니다.

글읽기에 대한 재미있는 학술연구논문을 하나 발견해서 한번 소개할까 하는데요. <괜찮아>라는 동화책을 한글 및 영문 읽기 실력이 서로 다른 세 명의 재미교포 어린이가 읽을 때 시선 추척 장치를 이용해 관찰한 결과를 분석했어요. 어린 아이들의 언어습득과정에 대해 쉽고도 놀라운 통찰을 줍니다.

 

이 연구의 서지정보는 다음과 같아요:

  • 제목: 그림동화 괜찮아의 독서시선 추적 사례 연구 – 재미 교민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 저자: 박혜진, 박보영, 한명숙
  • 출처: 아동청소년문학연구 23, (2018. 12), 395-429
  • 발행처: 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

 

아이들의 동화책 <괜찮아>의 서사가 만드는 가상의 대화공간

 

이 책은 웅진출판사에서 2005년에 나온 한국에서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최숙희 작가의 유아들을 위한 책 <괜찮아>를 조사에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책은 이야기를 엮어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는 책이에요. 논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가장 먼저 밝히고 있어요. 제가 인터넷 책소개의 미리보기를 통해 볼 수 있는 책 내용 네 페이지만 가져와볼께요.

 

 

책 전체가 아마 이런식으로 되어 있을 텐데요…아이가 어떤 동물에 대해 말을 하면 그 동물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른 새로운 동물이 옆에 있어요. 이걸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을 꺼에요:

 

[<괜찮아>의 서사공간의 세개의 자리 배치]

모든 페이지를 넘기면 말하는 이, 듣는 이가 있고, 이걸 읽는 “조사 참여자인 어린이”가 이걸 보게 되어 있어요. 단, 페이지를 두 개씩 짝을 지으면 말의 대상이면서 듣는 자리에 있던 동물이 그 다음 페이지에서 말을 하게끔 되어 있어요. 동물에 대해서 배우다가 마지막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하는 아이가 가이드가 되구요, 말을 듣기만 하다가 책장을 넘기면 말문이 틔는 여러 동물이 반복해서 나오죠. 이 때문에 뭐든지 본 것을 동일시해서 따라하면서 배우는 유아가 다 읽은 뒤 책을 덮으면 자연스럽게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굉장히 교육적인 책이에요.

 

그런데, 정말로 아이들은 이런 과정으로 책을 읽을까요?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요. 아무리 책을 옆에서 읽거나 관찰한다 한들 정말 아이들이 책을 읽는 과정이 어떤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연구진은 시선추적장치를 이용해서 글을 읽는 아이가 시선을 어디에 더 많이 두는지와 시선을 움직이는 과정을 보았어요. 먼저 책에서 “글부분”, “말을 하는 자리(아이나 동물)”, “말을 듣는 자리(동물)”의 영역(AOI)을 설정한 후에 시선추적 센서가 부착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이 책을 읽도록 했어요. 이 논문의 실험에서는 세 아이들 모두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책의 내용을 듣고 설명도 들어서 잘 알고 있었어요.

  • 조사에 사용된 시선추적기: SensoMotorin Instrument(SMI)의 RED250 Mobile (250Hz)

 

[사진: 박혜진 외, 2018, 409p]

 

그러면 시선을 움직이는 과정은 선과 점으로, 시선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아래와 같은 히트맵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고 또 수치화 할 수도 있어요. 히트맵은 시선이 많이 간 곳일수록 빨갛게 표시하는 시선추적 데이터를 나타내는 지도라고 할 수 있어요.

 

[사진: 박혜진 외, 2018, 410p]

 

조사에 참여한 아이는 2세, 6세, 10세 총 세 명인데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교민이고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이중언어자에요. 2세는 한국어 듣기 실력에 문제가 없고, 6세는 듣기도 읽기도 못하지는 않지만 힘들어하며, 10세는 듣기는 좀 어렵고 한국어로 말은 하지 않지만 유창하지 않더라도 한글은 읽을 수 있는 정도에요. 논문에서 첫번째 아이가 o아o, 두번째 아이가 o수o, 세번째 아이가 o영o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아래 파이그래프를 보시면 이해가 더 빠르실 거에요:

[그래프: 박혜진 외, 2018, 418p]

 

그래프를 보면 역시 10살 o영o 어린이가 가장 글 부분을 많이 봤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특히 글을 읽지 못하는 2살 o아o에 비해 글을 읽을 수 있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런데 아래 그래프를 연결해서 봐 주시겠어요?

 

[그래프: 박혜진 외, 2018, 417p]

 

여기를 보면 글로 언급된 영역이란, 듣는 자리에서 말하는 자리로 넘어가는 말의 주인공(위에서 고슴도치)이 있는 자리에요. 글을 많이 읽을 수록 이 자리를 덜 본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아까 아이들은 많이 쳐다보는 것과 자신을 동일시 할 가능성이 높아서 따라하게 된다고 말씀드렸쟎아요? 이 책은 글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은 동물을 보면서 “자신에 대한 말을 듣다가 자신이 그 말에 대해 대답하는 방식으로 말을 하는 동물들”을 통해 말하도록 하고,  글 읽는 방법을 배운 아이들은 “동물들을 관찰하다가 스스로에 대해 말을 하게 되는 주인공 어린이”의 보다 어른스러운 역할에 동일시하도록 꾸며져 있는 거죠. 이 책이 0세부터 7세까지 읽도록 추천하고 있는데 추천 나이의 범위가 광범위할 수 있는 이유였겠죠?

 

[그래프: 박혜진 외, 2018, 419p]

 

특히 글을 읽을 수 있으면 글이 표현하지 않는 정보에 관심을 더 많이 두게 되기 때문에 더 다양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알 수 있어요.

 

이 연구는 단순히 글을 읽는 시선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과정으로 글을 이해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연구였어요. 아이들과 같이 읽을만한 좋은 동화책을 소개받은 건 덤이네요.

 

+ 본 연구는 저희 리더스아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안구추적을 통해 어떻게 글읽는 방법을 분석할 수 있는지 예시를 보여드리려고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