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더스아이입니다.

글을 읽는다는 건 정말 독특한 활동인 듯 해요. 인간 외에 그 어떤 동물도 그런 행동을 한다는 보고가 없었어요. 물론 인간이 오랜 시간을 들여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러니 인간이 글을 읽을 때 도대체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글자들을 파악하고 그 조합 속에서 의미를 파악하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어요.

물론 글을 어떻게 읽고 무엇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관찰하고 물어봐서 평가할 수도 있겠어요. 이걸 연구하는 사람들이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는 방법은 뇌 스캔이라는 건데, 뇌가 활동할 때 어떤 부분들이 어떤 순서로 활성화되는지 사진을 찍어 그 이미지를 판독하는 겁니다. 이런 방법으로 사람들이 글을 읽을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풀렸지요.

그런데 이런 방법 말고도 눈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방법도 있답니다. 이 안구 운동 측정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릴까 해요.

 

 

연구자들이 100년이 넘도록 안구의 움직임을 측정해서 글을 어떻게 읽는지 탐구했어요.

 

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여 글 읽는 방법에 대해 알아내려고 처음 시도한 사람은 프랑스의 안과의사였던 루이 에밀 자발(Louis Emile Javal, 1839-1907)이에요. 자발은 아버지와 여동생 등 집안내력이었던 사시 연구로도 유명해요. 본인은 양안의 색깔이 다른 홍채 이색증이 있었다고 하고, 60세에는 눈이 완전히 멀었다고도 하고요. 에밀 자발은 장님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널리 알리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에밀 자발은 1989년 거울을 사용한 관찰을 통해서 책을 읽을 때 눈이 글을 따라서 지속적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점프하듯 재빨리 움직이면서 중간중간에 움직임을 멈춘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아래 이미지에서 선으로 표시된 이 시선의 짧고 빠른 이동을 “도약(사카드, Saccade)”이라고 하고 원으로 표시된 잠깐의 멈춤을 “고정(픽세이션, Fixation)”이라고 불렀어요.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글을 남긴 적은 없지만 자발의 실험실에서 눈꺼풀에 탐침을 심어 눈이 멈추면 소리를 내어 연구자가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만든 건 라마르라는 사람이었어요. 기구를 이용해서 독서 안구 운동을 측정하려는 최초의 시도였다고 할 수 있어요. 역시 같은 시기에 휴이나 미국의 심리학자인 들라바르와 같은 사람들이 눈꺼풀 탐침이 아니라 일종의 컨텍트 렌즈를 이용해서 비슷한 도구를 만들었다고 해요. 들라바르는 눈을 코카인으로 마취를 시키고 실험을 했다고 하는데, 좀 으스스한 방법들이에요.

미국의 닷지와 클라인은 1901년 움직이는 눈에 빛을 쪼이고 이 빛이 반사되어 감광성 사진판에 닿으면 이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눈의 움직임에 대한 자료를 모았어요. 이 자료를 분석해서 도약(사카드), 즉 안구가 움직이고 있을때는 정보처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걸 밝혀냈죠. 1920년대부터는 사진이 아니라 영상으로 남겨 연구를 했다고 하네요.

1922년에 쇼트는 각막과 망막 사이의 전위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측정의 정확성을 높였고요. 1970년대에는 빛이나 전위를 이용한 방법이 더 많이 발전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지심리학이 많이 발달한 시기라서 데이터를 분석해서 정말로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밝히려고 노력했어요. 1980년대에는 드디어 컴퓨터를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시선추적을 할 수 있게 되었죠.

 

[1935년 버스웰의 안구추적기]

 

안구의 움직임은 글을 읽는 사람의 인지 과정을 보여줍니다.

 

안구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사람들이 글을 어떻게 읽는지 보다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요. 아까 위에서 도약(사카드)과 고정(픽세이션)에 대해서 말씀드렸으니 이 두 개를 통해서 설명해드릴께요. 도약은 글자 사이에서 시선이 재빠르게 이동하는 방식이고 고정은 한 지점 (글자)에 시선이 잠깐 멈추는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고성룡 외 (2010)는 초등학교 3학년 아동들이 나이에 맞는 동화와 설명글을 읽을 때 보이는 안구의 움직임을 알아보는 연구를 했는데요. 보통 각 언어마다 글을 읽는 눈의 움직임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연구가 잘 안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연구는 한국어에 대해서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답니다.

일단,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영어로 잘 읽는 독자는 약 0.02~0.04초 정도 읽는방향으로 도약하고, 다시 0.2초~0.25초 (평균 0.1초~0.5초) 정도 시선을 고정시켜요. 도약할 때마다 1개에서 20개의 단어를 지나친다고 하고 대략 7-9개의 단어를 지나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는 걸 회귀(리그레션, regression)라고 하는데 약 15%정도 되고요. 고성룡, 윤낙영의 2007년 연구에 의하면 글을 잘 읽는 대학생은 나이에 맞는 글을 읽을 때 0.225초 고정, 3.6자 정도 도약해서 19%정도 회귀한다고 하네요.

느리게 읽는 사람일수록 도약을 통한 이동거리가 짧고, 더 길게 시선을 고정하면서 앞으로 회귀를 더 많이 한다고 해요. 물론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서 집중해서 읽는 사람일 수록 핵심이 되는 내용이나 단어에 시선을 더 오래 고정시킬 가능성이 크겠죠. 글을 읽는 다는 건 집중력과도 관련이 깊어요. 집중하는 독자가 도약을 더 길게 하고 시선이 고정된 곳이 주요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에요.

고성룡 등의 초등학생 17명에 대한 연구에서는 0.28초 머무르다가 3.3~3.6자 정도 건너 뛰고 31% 되돌아가서(회귀) 읽었다고 합니다. 이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한국어에서는 글 읽기 훈련을 한다면 눈의 기본적인 운동, 즉 도약거리나 멈추는 시간 등은 별로 달라지지 않지만, 되돌아가서 읽을 확율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잘 읽는 독자의 시선추적 패턴]

 

에밀 자발의 연구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측정기술이 점점 더 발달하면서 정확해지고 또 편리해져서 더 많은 참여자의 더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측정값을 얻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점차 바뀐 점이 있다면 안구의 기계적인 운동 측정 자료만 보고하는 게 아니라 이걸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정말로 잘 읽었는지“를 알려고 한다는 점이에요. 정말로 잘 읽었다는 건 뭘까요? 아마도 보다 효율적으로 내용을 파악한다는 거겠죠?

 

안구 운동 추적을 활용해서 읽기 능력을 평가할 수 있어요.

 

읽기 능력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우리가 가장 많이 아는 방법은 지문을 주고 평가하는 거에요. 수능시험이 대표적이죠. 외국어 능력 평가라고 할 수 있는 토익이나 토플, 아이엘츠, 텝스, HSK, JLPT 등을 합하면 읽기를 포함한 언어 능력 평가(Language Proficiency Test)가 얼마나 우리의 삶에 중요한지를 알 수 있어요. 대입, 취업 뿐만 아니라 이민을 할 때에도 이런 평가점수가 필요하답니다.  한마디로, 읽기 능력은 한 나라의 시민이 되는 중요한 능력이고 그만큼 중요한 평가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최근, 역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지식정보산업의 혁신 때문에 이 평가방법 자체가 변화하고 있어요. 하나는 AI와 머신러닝을 이용한 평가방법을 개발하고 있고 부분적으로는 이미 도입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미 상당히 많은 교육용 앱의 평가방법이 AI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요, 말하기와 쓰기 같은 보다 복잡하고 창조적인 상호작용과 사고과정이 필요한 언어능력 평가에서도 이런 기술을 도입중에 있답니다.

 

[리덜라이저로 글을 읽으면서 안구측정을 하는 모습 (사진: Retina Foundation of the Southwest)]

 

다른 하나는 안구운동 측정방법입니다. 물론, 리덜라이저와 같이 대중화된 읽기능력 평가시스템이 있기는 해요. 그런데 리덜라이저는 난독증이나 ADHD와 같은 문제가 있는 아동들을 위한 언어치료 등 준의료목적이나 연구목적으로 쓰기에는 적당해도 언어능력평가 솔루션은 아닙니다. 최근 MIT 의 뇌인지과학과에서 개발하여 미국 특허출원중인 기술 중에는 외국어로써의 영어능력 평가에 안구운동 추적 방법을 이용한 예가 있어요. 기술이 그만큼 발전했을 뿐만이 아니라 이전과는 달리 언어 이해력을 판독해 낼 수 있을 만큼 자료와 경험이 축적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죠.

리더스아이도 언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솔루션이에요. 아이들이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동안 안구 운동을 측정하여 생리심리학적으로 정확하게 집중해서 빠르게 읽고 이해하는 독해력이 있는가를 파악하거든요. 안구 운동을 측정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다양한 읽기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이 보다 더 대중화되면 리더스아이와 같은 평가 솔루션도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난독증이 있는 시선의 움직임]

 

 

 

  • 참고문헌

고성룡, 윤소정, 민철홍, 최경순, 고선희, 황민아 (2010). 어린이 글 읽기에서 나타나는 안구 운동의 특징. 인지과학 21(4): 48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