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능력 강화는 국제적인 교육 트렌드

 

최근 몇 년 동안 아이들의 기초학력에 대해 걱정하는 전문가의 글을 많이 읽어 보셨을 겁니다.  실제 교육부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전수평가 방식으로 수행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2012년 2.6%에서 2013년 3.4%, 2014~2015년 3.9% 2016년 4.1%로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조사에서 표집조사로 바꾼 2017~18년에도 바뀌지 않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여기서 교육부에서 말하는 기초학력은 수리와 언어 능력을 의미하고, 언어 능력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능력은 읽기 능력입니다.

문제가 뭘까요? 임홍택 작가의 2018년 화제작 <90년생이 온다>에서 강조하는 어린 세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디지털 미디어 세대가 이미지, 영상과 코드로 소통하려고 하지 더 이상 글을 읽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 영어권에서 아이들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사용하는 축약어 중에는 ‘TL; DR’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너무 길어 읽지 않았다 (Too Long; Didn’t Read)’라는 뜻입니다. 연간 생산되는 정보가 인류가 태초부터 현재까지 출간한 책에 담긴 정보량의 1,000만 배가 넘는다는 현 정보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인간의 어려움을 이보다 더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정보의 국제화로 인해 비교적 어릴 때부터 세계 각국의 언어로 된 매체에 노출되고 적어도 2~3개의 언어를 예전보다 더 이른 시기에 공부하면서 겪는 혼란은 덤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읽기 능력 부진에 대한 우려는 비단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원래 하나의 국어를 사용하면서 교육열이 높고 문맹률이 낮아 읽기 능력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불구하고 읽기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한국은 IT 강국이라서 더 큰 어려움과 혼란을 겪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책읽는 뇌>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책을 읽는 능력이 생물학적으로 결코 자연스러운 능력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각고의 노력으로 성취한 문화적 능력이라고 밝힙니다. 다른 학자는 인류 역사상 이렇게 인구 대다수가 글을 읽을 수 있었던 적이 있었나 반문하기도 하는데, 모두 글읽는 능력만큼 인류의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에 읽기 능력의 확산과 확보에 세계 각국이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근미래에 정보산업혁명의 명암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바로 글읽기 능력의 격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정보 불평등의 확산 때문에 만들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국제적인 읽기 성취도 점수 매년 하향세

세계 각국 학생의 교육 성취도를 평가하고 비교하는 조사자료를 매 3년 마다 출판하는 OECD 산하 국제학력평가 프로그램 피사 (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2018년 보고서는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이런 변화에 대한 충격을 더 심하게 겪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피사는 읽기, 수학, 과학 분야에 대한 국제 학생의 기본 능력을 평가하여 미래 시민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에 대한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가늠하는 분석 보고서를 출간하여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보다 나은 교육 정책 마련을 위한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2017년 유은혜 장관을 주축으로 하여 현 교육부가 기초적인 읽기 능력 함양을 위한 교육 정책을 기획할 때 많이 인용되기도 하였습니다.

피사에 따르면 일반인이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통로는 책이 아닌 인터넷(87.5%)이라고 합니다. 2009년부터 피사에서 디지털 읽기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을 도입한 것도 이러한 추세를 따르고 있습니다. 피사의 2018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읽기 능력에 국한해 살펴본다면 OECD 평균 493점과 대비하여 한국은 517점으로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기는 하지만, 2012년과 대비하여 11점이 하락하여 최초 세계 3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2018년 과학 7위, 수학 7위와 대비하여 읽기능력은 9위로 다른 능력과 대비하여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전반적으로 국제적인 읽기 성취도 점수가 하향세인 것은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 OECD PISA는 국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고 국가간의 비교 데이터를 출판하는 기관임
  • PISA에 따르면 일반인이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방식은 책이 아닌 인터넷(87.5%)임
  • 21세기 핵심 역량과 관련하여 과학과 수학과 더불어 읽기 소양이 핵심 평가 요소로 선정됨.

 

국민 독서 능력 강화를 위한 각국의 노력

사실 앞서 밝혔듯 읽기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정책 마련은 한국에서만 힘쓰는 일은 아닙니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로의 전환의 경우 인터넷 보급률이 크고, 국제화로 인한 다문화 확산 등 한국은 보다 큰 변화를 변화를 겪은 것일 뿐입니다. 사실 많은 국가에서 가히 독서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적극적인 독서 진흥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8년 피사 읽기 능력 평가에서 세계 13위였던 미국, 14위 영국, 15위 일본과 20위 독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들은 앞장서서 관련 법을 제정해 ‘읽기 능력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1998년 읽기진흥법을 제정하고 2002년 낙제학생방지법(NCLB: No Child Left Behind)을 제정하여 9,100여 개의 공립학교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와 수학 시험에 의한 ‘부실학교’에 주정부 보조금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서진흥 정책으로는 저소득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나눠주는 북 퍼스트 운동,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시행하는가 하면,  유명인들의 독서독려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또 공공도서관을 위한 기금 마련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인 2015년에 선보인 모든학생성공법(ESSA: Every Student Succeeds Act)은 여기에 더해 형평성과 실효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읽기 능력 함양 프로그램을 지향합니다. 이 법안 및 이를 기조로한 정책 안에는 읽기 능력을 측정하되 측정하는 방식이 디지털 세대에 맞을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을 보다 포섭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읽기 능력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측정 방법이 꾸준히 개발 중에 있습니다. 안구측정이나 발화자의 발화능력을 평가하는 AI의 도입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영국은 0~1세의 영아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북스타트 운동’으로 갓난 아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있으며, 매년 65만 명의 신생아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요.

일본의 경우에는 2005년 7월에 <문자활자문화진흥법>을 제정하고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인 독서교육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2018년 피사 평가에서 읽기능력 세계 15위). 일본의 경우 특히 학교에서 <10분간 아침 독서운동>을 전개해 2005년 8월까지 소학교 1만2923개교(57%), 중학교 5747개교(52%), 고교 1335개교(26%) 등 2만5개교 학생 742만명 참여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1988년 <독서진흥재단>을 만들어 지속적인 독서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어린이 도서관, 브뢰이닝어 재단, 청소년부, 교육청 등이 참여해 좋은 책 선정과 책 읽어주는 대리 부모들을 조직하고 교육하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서진흥 정책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창의 융합형 인재상과 관련한 읽기 교육의 강화

한국의 경우 전반적으로 국가 교육과정 차원에서 읽기 교육의 강조는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과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총론 기본 방향을 토대로 교과별 교육과정을 개정하였는데, 국어 교과의 경우, 필수적으로 1학기 1권 독서 후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가 통합된 수업 활동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등 읽기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을 대상 자유학기제는 독서 등 간접 체험학습을 통해 보다 폭넓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진로탐색활동’, ‘주제선택활동’, ‘예술․체육활동’, ‘동아리 활동’ 등에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태도와 자기 표현력 향상을 위해 협동학습, 토론 수업이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읽기 능력을 개발할 기회도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읽기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학습결손 누적으로 인한 학력격차 해소를 위하여 2017년 <성장단계별 학습결손 예방 내실화 방안> 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초등학교부터 취약과목을 지속적으로 보완하여 학력격차를 해소하려는 목적을 갖는데 특히 초등학생의 독해력 부족을 개선하기 위한 독서나 글짓기 등과 수학, 예술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초등학생의 수리/산술 능력 및 독해능력을 가장 중요한 기초 학력으로 지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능력에 격차가 생길 수 있다면 이를 보다 조기에 보다 과학적인 교육프로그램 및 교육치료 방법으로 학업을 도울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진로탐색을 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는 점에서 새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최근에는 읽기교육 프로그램 운영자나 언어치료사 등 다수의 관련 분야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민 독서능력 향상을 위한 법률적 기반의 필요성이 절실해짐에 따라,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이 제정되었으며, 추가적으로 <독서문화진흥법>, <학교도서관 진흥법안>, <청소년 독서진흥법안>이 발의되어 계류 중에 있다는 점도 읽기 능력을 국력으로 여기고 이를 함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