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창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소리, 냄새, 맛과 같은 다른 감각도 사용하지만 눈으로 보는 이미지만큼 강렬하지는 않죠. 그래서 눈과 세상을 받아들이는 인지과정 및 심리적 상태는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저스트와 카펜터는 뇌가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에 따라 눈의 움직임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여겼어요. 이걸 눈과 마음 연결가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많은 학자들이 이를 좇아 눈과 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혀내려고 노력했답니다. 특히 자폐나 ADHD와 같은 몇몇 특징적인 증세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눈의 움직임을 많이 연구했대요. 아래에 몇 가지 증상들을 소개하면서 안구운동과 관련해서 무엇이 밝혀졌는지 소개해드려요.

 

안구운동 실조증 (Optic Ataxia)

 

안구운동 실조증이 알려진지는 오래 되었어요. 증세가 간단하고도 너무 신기해서 더 그럴 것 같은데 1909년에 레조 발린트라는 헝가리의 신경정신과 의사가 1909년 발표해서 유명해졌어요. 매우 희귀한 병이에요.

정성철, 이창민(2006)의 사례 보고 논문에 등장하는 67세의 여성분을 예로 들어볼께요. 오른손잡이였다는데 저녁 식사 도중에 갑자기 숟가락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젓가락을 쥐기가 힘들어 반찬을 집지 못해서 허공에다가 헛질을 하는 바람에 왼손으로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러는 통에 병원을 방문하게 된 거죠. 의사가 검진해보니 계산도 잘하고, 좌우판단, 촉각, 독해, 대화, 색깔인지 등등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대요. 단지 잘 보이는 물체를 손으로 잡거나 손가락을 물체에 닿도록 할 때  유독 오른쪽 손가락을 오른쪽 시야에서 방향과 거리를 맞추어 뻗는 데 계속 실패했대요. 왼쪽손으로 똑같은 행동을 할 때는 양쪽 시야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도 말이죠.

담당의사는 이 환자가 입원한지 7일째 되는 날 비디오안구운동검사(video-oculography)를 실시했어요. 비디오 안구운동검사는 간단히 눈의 움직임을 촬영하는 건데, 머리를 흔들거나 여러 자세를 취하면서 눈동자의 움직임을 포착해요.  이 환자의 경우에는 독해력 진단에서와 마찬가지로 눈의 도약운동(saccade)을 측정했는데요, 눈동자가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기 직전에 뜸을 들이거나 움직임이 느리고 작았대요. 시각을 관장하는 피질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아서 치료를 통해 호전되어 퇴원했던 경우에요.

 

[비디오안구운동검사 장면 (사진: 서울삼성병원 신경검사실 비디오 안구운동검사 안내영상 스크린샷)]

 

조현병 (Schizophrenia)

 

조현병 증세가 있는 사람은 세상에 있을리 없는 목소리, 냄새, 이미지 등이 들리거나 맡을 수 있거나 보이면서 다른 사람과는 현실을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고 해요. 이 때문에 이상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되다보니 대인관계가 어그러지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무감각해지는 매우 심각한 상태로 발전할 수 있어요. 대략 인구 100명 중 한 명은 이런 증세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만큼 흔하지만, 관리만 잘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병이라고 하네요.

조현병은 아직까지도 원인에 대해서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해요. 다만 의사들은 눈이 천천히 보기를 원하는 대상을 따라가거나 하나의 대상을 계속 바라보는 시선고정 또는 자극 반대방향으로의 도약에 이르기까지 몇몇 안구운동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조현병 환자는 그런 안구운동장애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대요.

물론 안구운동장애가 완벽하게 조현병 증세를 설명해주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안구운동장애를 갖는 가족이 없고, 스스로도 안구운동장애가 없는 경우에는 혹한의 계절에 태어난 사람인 경우도 많다는 관찰도 있을 정도에요. 이런 조사결과는 조현병이 단지 유전이 원인이 아닐 뿐더러 하나의 원인 때문에 발병하는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요.

그럼에도 최근에는 연구자들이 이런 정말 간단한 안구운동 테스트를 통해서 보다 쉽게 조현병 환자를 진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을만큼 조현병 연구에서 안구운동 테스트가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답니다.

[위는 정상인, 아래는 조현병 환자의 대상 추적 시선 운동(좌)과 자유탐색 과제(우) 결과 (Kentaro Morita 외, 2019)]

 

자폐 스펙트럼 (ASD, Autism Spectrum Disorder)

 

자폐는 의사 소통에 대한 욕구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갖는 증세를 통칭하는데 스펙트럼이라고 하면 머리가 좋거나 특정한 과제수행을 잘하는 아스퍼거나 기타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나 자폐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해요. 사람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없는 특징을 보인다고 하네요. 자폐를 가진 아이들이 어머니하고 눈을 잘 마주칠 수가 없다고 하쟎아요. 그래서 그런지 자폐 아이들의 안구운동의 특징이 다른 아이들과 다를 거라는 추측을 많은 사람들이 했었나봐요. 그만큼 시선추적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진 편이에요.

 

[정상아 3명의 시선(좌)과 자폐아 3명의 시선(우)의 차이 (사진: Monica Zilbovicius 외 2013)]

 

무엇보다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은 시선의 재빠른 도약운동(saccade)에 어려움을 가질 가능성이 높대요. 눈은 독서를 할 때 시선을 고정(팍세이션, fixation)시키는 단어나 표현 사이사이에서 재빠른 도약운동을 하거든요. 글 읽기가 어려운 사람일 수록 도약이 짧고 고정시간이 길며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회귀) 읽을 가능성이 높대요. (더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의 “눈 움직임을 분석하면 읽기 능력을 과학적으로 진단할 수 있어요”를 참조하세요) 그리고 대부분의 자폐 아이들이 독서에 어려움을 보이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독서할 때 안구운동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규명하기 위해 안구추적(eye-tracking) 연구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자폐를 가진 아이들의 경우 생각보다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시선 동작을 한다고 하고, 구문 이해에서도 아이러니, 감정, 현실과 판타지의 차이 등, 문맥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군요. 차이는 주로 추론이 필요한 글을 읽을 때 일어난대요. 글을 읽다가 추론을 하기 위해서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아이들이 더 시선고정이 길고 회귀가 많았다고 합니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에 대해서 들어본 분들이 정말 많을꺼에요. 유병률이 높기 때문일겁니다. 미국에서 2016년 실시한 전국 부모 설문에 따르면 ADHD로 진단을 받은 아동의 수는 160만명으로 전체의 9.4%나 되고 남자 아이들이 (12.9%) 여자 아이들(5.6%)보다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한국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데, 2019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ADHD 환자비율이 미취학 아동 5~10%, 청소년 4~8%, 성인 3~5%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어요.

눈의 도약운동(saccades)이나 특히 매우 작은 도약운동(microsaccades)은 비자발적이라고도 하는데요, 작업수행을 위해 시선을 고정시키는 대상 사이를 건너뛰는 운동이기 때문이에요. 시선을 고정해야 하는 주요 대상을 “예상”하게 되면 이런 움직임이 줄어들 수 밖에 없거든요. 이건 집중력하고도 관계가 깊어요. 대상에 대해 예상하면서 눈을 움직이는 아이들이 집중력이 높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최근 안구추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에서는 ADHD일 경우에 눈의 비자발적인 도약운동이 더 많아서 눈이 찾아내려고 하는 대상을 더 쉽게 예상할 수 있을 때에도 과제 처리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다고 해요.

ADHD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왜 독서하기가 어려운지 알 수 있죠. 한국의 연구는 아니지만 Pamela Deans 등이 2010년에 6세와 12세 사이에 27명의 ADHD와 20명의 읽기 장애가 있는 아동에 대해 진행된 연구에서 ADHD가 있는 아동은 눈의 움직임이 예측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해요. 즉 도약운동이 다른 아동에 비해 많은 거죠. 자연스럽게 읽는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어요.

 

[전형적인 아이들(TD)과 자폐스펙트럼(ASD), 주의력결핍(ADHD)인 아이들 사이의 시선의 차이 (사진: Mauro Muszkat 외, 2015)]

 

 

 

“Eyes are the window to the mind. 눈은 마음의 창이다.” – Valentina Levantini 등.

 

*참고문헌

정성철, 이창민 (2006). 시각실조증과 단속안구운동이상을 보인 일측 두정-후두옆 경색 1예, Journal of the Korean Balance Society, 5 (2):320-324.

Kintaro Morita 외 (2020). Eye movement characteristics in schizophrenia: A recent update with clinical implications, Neuropsychopharmacology Reports, 40:2-9.

Monica Zilbovicius 외 (2013). Autism, social cognition and superior temporal sulcus, Open Journal of Psychiatry, 3(2A): 46-55.

Muszkat M, de Mello CB, Muñoz Pde O, et al. (2015). Face Scanning in Autism Spectrum Disorder and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Human Versus Dog Face Scanning. Front Psychiatry, 6:150. Published 2015 Oct 23. doi:10.3389/fpsyt.2015.00150

Pamela Deans, Liz O’Laughlin, Brad Brubaker, Nathan Gay, Damon Krug (2010), Use of Eye Movement Racking in the Differential Diagnosis of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A) and Reading Disability, Psychology, 1: 238-246.

Valentina Levantini 외 (2020). EYES are the window to the mind: Eye-tracking technology as a novel approach to study clinical characteristics of ADHD, Pasychiatry Research, 290: 113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