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한국에서는 아직도 많이 알려진 증세는 아닙니다. 난독증은 오히려 미국, 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먼저 알려진 학습장애의 일종이에요.

난독증이라는 증세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셨다면 <미션 임파서플>의 미국의 영화배우 탐 크루즈나 <인디애나 존스>를 만든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성장 스토리를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어요. 탐 크루즈는 일곱 살 때 난독증 판정을 받았다고 해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영화를 찍을 때도 누가 옆에서 대본을 읽어줘야 했다고 합니다.

헐리우드의 거장으로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 또한 난독증을 앓고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그는 2012년 학습장애가 있는 청년들을 위한 웹사이트 <프렌즈 오브 퀸>의 비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병에 대해 고백했어요. 비교적 늦게 진단을 받았던 감독은 과거에 왜 그렇게 읽고 쓰는게 어려웠는지 의문이 풀렸다고 회상해요. 그러면서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죠.

한국에서는 영화배우 <조달환>이 2013년에 TV에서 난독증을 고백하기도 했어요.

  • 프렌즈오브퀸 Friends of Quinn 웹사이트: www.friendsofquinn.com

난독증이 뭐죠?

 

난독증(Dyslexia)은 독서장애라고도 해요. 문자를 읽고 철자를 구분하거나 내용을 이해하는 정확도나 유연함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이는 학습 장애의 일종이거든요. 보통은 지능이 정상 범위이고 충분히 공부를 했음에도 글을 읽는 능력이 또래에 비해 정확하지 않거나 느리고 힘든 경우에 난독증을 의심하게 됩니다.

“디슬렉시아” 즉 난독증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안과의사인 루돌프 베를린(Rudolf Berlin)이 1887년 정상적인 능력을 갖추었으나 읽고 쓰는데 문제가 있는 환자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했어요. 용어만 만들었을 뿐이지 당시에 다른 의사들도 이 증상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고 하네요.

현재 학계에서는 특정한 뇌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독서장애를 겪는다고 해요. 더 풀어내 보자면 인간이 언어를 사용할 때 활성화하는 뇌의 각 부분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야만 듣거나 말하고 쓰기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데 활성하는 뇌영역도 적고, 연결도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독서장애를 겪는다고 합니다. 난독증이 있는 경우 특히 글자를 인지하거나 그 글자의 조합에 담긴 뜻을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져요. 글읽기는 보통 좌뇌에 집중되어 있는 뇌의 특정 부분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우뇌를 더 활발히 쓸 가능성이 크다고도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으나 단순히 우뇌를 더 많이 쓴다고 해서 난독증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니 참고만 하세요.

어쨌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반짝거리는 아이디어가 많고 말도 잘하고 총명해보이는 아이들 가운데 난독증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런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은 잘 말하면서도 글자를 앞에 두고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아이들은 좌절감을 표출하기는 해도 무엇이 문제인지는 잘 말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 글 읽기 이외의 잠재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성취감을 얻기 어려워 공부와 곧 거리를 두게 됩니다. 아이를 다각도로 충분히 관찰하지 못하는 학교에서는 집중력 부족이나 지능저하로 치부되기 쉽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난독증

 

난독증을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까지도 전반적인 학습장애나 지적장애도 난독증의 사례로 포함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학습에는 문제가 없는데 글을 잘 못 읽는 경우만 볼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나누어졌었죠. 이런 논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자면 난독증의 역사를 살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과거에는 글을 읽는 사람은 신분이 높았어요. 학습장애나 지적장애가 없는데도 글을 못 읽는다는 것은 겉보기엔 멀쩡한데도 그 신분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가족들이 쉬쉬하는 ‘귀족의 병’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난독증의 통계수치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어서 평면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워요. 많은 지역에서 현재까지도 관리하고 호전시킬 수 있는 증상이라고 여겨서 적극적으로 진단을 받기 보다는 지능이나 학습능력이 떨어진다고 오해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영어권 학생들이 많이 겪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의학신문의 2018년 3월 6일자 기사를 보면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난독증이 12%에서 20%까지 보고된다고 하네요. 같은 기사에서 한국은 2016년 유병율을 4.6%로 보고 있어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하나는 이 기사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영어가 철자 대비 발음이 너무 불규칙이 많은 언어라는 주장이 있어요. 그만큼 뇌가 언어 인지에 불리한 아이들에게 발음이나 철자를 정확하게 따라하기 어려운 언어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이것도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서 단지 하나의 가설일 뿐입니다. 오히려 영어유치원을 다녀서 영어글쓰기와 독해는 유창한데 한국어 철자를 느리게 떼는 아이도 있어요. 언어간 철자 인지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우겠지요. 그렇지만 영미권에서 발달한 난독증 치료 프로그램이 철자 중심인 이유는 다 여기서 나온다고 볼 수 있어요. 최근에는 치료 목표가 철자 중심을 넘어서서 의미파악 중심으로 더 넓어지고 있는 것도 난독증에 대한 관심이 특정 언어권을 초월하여 높아지기 때문일 겁니다.

또 하나는 그만큼 영미권에서 난독증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면서 진단하고 트레이닝하는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다른 언어권보다 발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난독증에 전반적인 학습장애나 지적장애를 포함시키면서 철자를 계속 틀리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뜻을 느리게 파악하는 아이의 문제까지 아우른다면 난독증을 경험하는 인구가 훨씬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겠죠. 난독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그 수가 예상치않게 크게 늘어날 수도 있어요. 최근 기사에서는 세계 인구의 약 7억명이 난독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고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는 전 세계 인구의 10%에 달합니다.

  • 난독증 예상 인구 추정치
  • Dyslexia International, 2017, “Better Training, Better Teaching”: 세계 인구의 5~10%
  • Sprenger-Charooles and Siegel, 2016, “Prevalence and Reliability of Phonological Surface and Mixed Profiles in Dyslexia: 세계 인구의 약 17%

 

어릴 때부터 진단하고 관리해야 하는 난독증

 

현재 난독증에 대한 연구가 가장 발전한 나라는 영국과 미국으로 난독증을 접근하는 방법에서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난독증 협회, 난독증 치료전문가 인증체계와 난독증 치료 프로그램을 따로 관리하는 반면 미국은 범학습장애로 여기면서 각 대학연구소에서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평가 및 치료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경향이 보입니다. 오늘 여기에서 소개해드릴 난독증 연구는 한국에도 이제는 많이 소개된 예일 대학교 난독증 연구센터(Yale Center for Dyslexia and Creativity)의 샐리 셰이비츠(Sally Shaywitz)교수의 연구 결과입니다.

샐리 셰이비츠와 데이비드 셰이비츠가 공동으로 쓴 2003년 출간 저서  <난독증 극복하기 Overcoming Dyslexia>는 미국에서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이 분야의 고전이라고 해요. 국내에도 소개된 셰이비츠 부부의 ‘코네티컷 장기지속 난독증 연구’는 글읽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미취학 아동의 문제에 조기에 개입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줍니다.

이 연구는 우선 코네티컷 주의 유치원생 가운데 글을 늦게 배우는 445명을 20년 동안이나 추적하며 관찰했어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읽기에 부진한 학생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또래를 따라잡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점점 격차가 커졌습니다. 이것을 마태효과라고 부르는데 성경의 마태복음 25장 29절에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구절에 착안한 겁니다. 보드게임 모노폴리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읽기가 느린 아이를 나중에 좋아지겠거니 방치하면 나중에 읽을 때 절룩거리게 되어 학업에 뒤쳐지게 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이전에 난독증을 교정해주는 교육을 제공하면 어떨까요? 이 연구가 유명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답니다. 음운인식능력을 개선시키는 치료를 1년간 시행한 이후에 MRI 사진을 찍어보면  난독증 아이의 뇌도 정상의 뇌와 같아졌다고 해요. 특히 발음 중심 접근법으로 글을 교육할 때 이런 변화가 생겼다고 하네요. “영어”사용자에 국한된 조사이니 이것도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다만 난독증의 경우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한 조치를 해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강조를 해도 모자란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코네티컷 난독증 연구를 소개하는 기사: 정신의학신문, “교사를 위한 난독증 이야기: 난독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18.03.13.

 

리더스아이로 난독증 고위험군 스크리닝

 

지금처럼 난독증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또 치료나 트레이닝 기법도 광범위하게 소개되고 있을 때 리더스아이처럼 아이들의 독해 능력을 진단해주는 대중적인 플랫폼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에요. 물론 리더스아이는 임상진단에 사용하거나 의료 목적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솔루션은 아니에요. 리더스아이가 의료기기는 아니거든요. 그보다는 독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독해능력의 특이성이 보이는 아이들에 대해서 미리 진단하고 그 특이성의 양상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국에서도 난독증 진단과 치료는 이제 병원과 같은 의료시설이나 자격증을 갖춘 언어치료사의 몫입니다. 현재 학교차원에서 언어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저소득층 아이들의 경우 바우처를 주는 등 국가차원에서도 난독증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덧붙여 리더스아이는 난독증의 시지각 치료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어요. 난독증에 대해 조금 공부하신 분들이 간혹 리더스아이가 눈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때문에 기존의 난독증 치료방법 가운데 시각치료와 유사하지 않은지 물어오시는 경우가 있어요. 시지각 치료 훈련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접근하시는 분도 보입니다. 다양한 난독증의 원인 가운데 시신경에 문제가 있어 글을 읽기 힘든 아이들은 시지각 치료 훈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평가 및 분석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리더스아이와는 확실히 다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