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서 글을 읽는 시선은 기본적으로 응시(fixation)와 도약(saccade)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이 글에서는 이번에는 도약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로 할께요.

도약 폭

글이 쉽거나 독해력이 뛰어난 경우 도약이 큼직하게 일어나는 반면, 글이 어렵거나 읽기 능력이 부족하면 시선도 그만큼 도약 폭이 줄어들겠죠. 도약의 폭이 좁아지면 응시횟수도 늘어나고요.

도약 폭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관련되어 있답니다. 글을 읽으면서 이해가 빠르면 그만큼 한 번에 더 많은 의미를 처리할 수 있어서 더 넓게 이동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어휘력이 부족하고 문장 구조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한 번에 더 적은 글자를 볼 수밖에 없거든요. 이렇게 사람마다 독해력에 따라서 처리할 수 있는 글의 양이 있는데 이를 시지각 폭이라고 부릅니다.

도약폭과 읽기 능력의 관계는?

위의 예시를 보면, 유창한 읽기는 응시가 3회이고, 도약폭이 넓은데, 미숙한 읽기는 응시가 5회에 도약 폭이 좁아요. 위에 좋은 글읽기는 도약이 평군 4.3글자지만 아래는 2.6글자밖에 안 되거든요.

적당한 도약폭

그러면 어느 정도의 도약 폭이 적당할까요? 도약의 폭은 한 번 도약했을 때 평균 몇 글자를 뛰어넘으면서 글을 이해할 수 있는가를 의미합니다. 한 사람이 읽더라도 사전지식이나 글의 난이도에 따라서 조금씩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읽는 동안 발생한 모든 도약 폭을 모아서 빈도에 따라 분포도를 그리면 아래와 같은 모양이 됩니다.

대략 5글자를 중심으로 좌우로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짧은 건 1.5자 정도도 2%가 되고, 10글자 이상 뛰어넘은 경우도 있어요. 5~6글자 도약이 대부분에 그 주면에 분포하는 형태가 알맞다고 보면 됩니다.

도약폭과 독서능력

도약 폭이 독서능력에 대한 어떤 부분을 드러내는지 사례 하나를 볼까요. 이 학생은 중학교 1학년인데, 언어적, 비언어적인 방식 모두에서 자기표현력도 아주 뛰어난 아이입니다. 솔직하고 성숙한 표현력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언어화할 수 있기도 하구요. 본인이 수학이 좀 어려워서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는 데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어요.

학교에서 볼 때 아이에게 학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학력평가에서 부진을 보이는 경우는 없었지만 다른 학생에 비해 매우 뛰어난 언어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평범한 학생이에요. 선생님은 지각도 종종 하고, 아이의 행동이 조금 느릴 때가 있다고 했어요. 검사를 해봐도 모든 언어능력에서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다만 어휘력이 조금 부족해서 문법이라기보다는 사용 방식이 굳어진 관용적인 표현들이나 사자성어 등 그저 외워야 하는 표현을 떠올려야 하는 과제에 조금 취약했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정한 규칙을 그대로 따르는 데 겪는 어려움이나,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숫자나 기하학적 모양의 변화를 아주 정확하게 따라가야 하는 수리문제 해결의 어려움과 마찬가지로 이해가 가지 않는 관습을 직관적으로 따르기 어려워하는 학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런 아이의 문제는 어머니와 같이 가까이에서 보살피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아내기 어려워서 나중에 커서 진로를 정할 때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이 학생도 학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학생의 어머니가 읽기 능력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주장해서 검사를 받게 된 경우였습니다.

위의 시선의 움직임을 보면 이 아이가 글을 매우 고르게 읽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즉, 독서에 정말 큰 어려움을 갖고 있는 아이들과 비교해서 정상적인 읽기 패턴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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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응시와 도약의 빈도 그래프를 보면, 응시 시간이 평균보다 길고, 시선 도약의 폭도 좁긴 하지만 평균적인 책을 읽는 시선과 비교해 볼 때 아무래도 시선 도약의 폭이 좁은 것이 응시 시간보다 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어휘능력이 부족해서 글 읽는 속도가 떨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어휘력만 키우면 되는 상태라서 큰 어려움 없이 독해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휘력 부족이 단순히 관심이 없거나 연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관습적인 표현이나 행동을 따르는 과제수행에 체계적으로 취약한 ‘문제’, 바꾸어 말하자면 또래에 비해 자기 세계가 어릴 때부터 비교적 뚜렷하고 창의성이 두드러져 독특한 생각이나 예술적이고 기술적인 표현을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특질을 타고났다면 다른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학교에서 글을 잘 읽고 수학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연습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잘 할 수 있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분야를 정확하게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아이들이 그림 좀 잘 그리고 바이올린 좀 잘 켠다고 어렸을 때 여력이 닿는 만큼만 예술 활동을 허락하다가 창의력은 커리어와 연결해주지 못한 채 취미생활로만 남게 되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학력평가에 기반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취직한다면 그 결과는 정말 불 보듯 뻔할 테니까요. 꾸준한 훈련이 뒷받침된다면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는 무궁무진한데도 말이죠.

물론 아이가 겪는 문제가 어떤 것인지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통한 보다 깊이 있는 상담과 다각도의 검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전문가와 함께 실제 트레이닝을 거치면서 이 아이의 독특함이 도대체 어디서 오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요. 읽기 능력에 대한 생물학적인 데이터로도 언어적 질서를 습득하는 방식의 독특함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눈치챌 수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