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글을 왼쪽에서 수평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쓰기 때문에 글을 읽을 때에는 마찬가지로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데 글을 읽을 때 시선이 반대 방향(왼쪽)으로 움직일 때가 있어요. 이것을 역행(regression)이라고 합니다. 전체의 시선 도약(saccade) 중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이런 도약의 비율을 역행도약 비율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글을 읽는 동안 도약이 총 50회 일어났는데, 그 중 4번이 역행이었다면 역행 도약 비율은 8%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아가서 다시읽기, 역행

 

보통 역행은 글을 읽다가 어휘나 의미의 재확인이 필요하거나 구조가 복잡해서 다시 한번 보고자 할 때 일어납니다. 글읽기가 어려우면 그만큼 역행이 많이 일어나겠죠. 하지만 정상적으로 글을 잘 읽는 사람에게서도 역행이 10% 정도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학자에 따라서는 25%의 역행도 자연스럽게 글을 읽을 때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글을 읽을 때에는 한번 시선을 고정시킨 글자나 단어가 다음에 무슨 글자나 단어를 읽을지 결정할 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모든 글자를 다 읽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줄글을 그때그때 읽은 글자나 단어에서 받은 자극을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큰 맥락 안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럴 때 눈은 그 부족한 이해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기 위해서 앞으로 다시 가서 보지 않았던 부분을 탐색하게 됩니다.

더 어려운 단어가 나오거나, 그 단어의 의미가 문맥상 애매모호하게 표현되었을 때에는 아무래도 더 자주 앞으로 가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탐색하게 되겠죠.  글은 배우기 위해서 읽는 것이고, 때때로 어려운 글을 읽어야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읽을 때 역행비율이 많은 것 자체로는 글을 잘 읽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없어요. 그렇지만 대체로 같은 레벨에서 글을 잘 읽는 사람일수록 역행을 덜 하게 됩니다.

시선이동의 종류

시선의 이동은 목적이나 형태에 따라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요.

  • 정상(초록색 선): 글을 읽는 순차적인 방향, 위의 글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글을 읽는 경우입니다.
  • 줄바꿈(파란색 선): 다음 줄로 바꾸는 시선의 이동입니다.
  • 역행 (붉은색 선): 읽다가 방향을 바구어 거꾸로 (위의 글에서는 오른쪽에서 왼쪽) 읽는 움직임입니다.
  • 이탈 (노란색과 분홍색 선): 무작위적으로 움직이거나 글을 건너뛰어 움직인 경우입니다.

글읽기와 역행

사례를 보여드릴께요. 2011년생 남학생과 2012년생 여학생이 같은 글을 읽었어요. 약 9개월 터울입니다. 둘 다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잘 읽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이었는데, 여학생이 효율성 측면에서 아무래도 글을 조금 더 잘 읽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더스아이를 통해 시선추적을 하면 아래와 같은 데이터가 나옵니다. 여기서 파란색 원은 시선의 고정인데 그 크기가 클수록 고정하는 시간이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선은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선의 종류를 나타냅니다. 초록색 선이 순차적인 글 읽는 시선의 움직임, 파란색 선이 줄바꿈, 그리고 붉은색 선이 역행이에요. 보라색 선은 줄바꿈이 일어날때 시선을 조정하는 움직임(줄바꿈조정)인데, 이 보라색 선의 비율을 보면 다음 줄을 찾기 어려워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2011년생 남학생 사례>

<2012년생 여학생 사례>

 

첫번째 그림에서 남학생이 시선 고정(원의 크기)도 더 오래하고 역행(붉은색 선)도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게 보이시죠? 실제 이 남학생은  읽기 평균 속도가 초당 0.96단어, 역행비율이 14.5%정도 됩니다. 2012년생 여학생의 경우에는 읽는 속도가 초당 1.92단어로 2배 이상 빨라요. 역행비율도 2.9%밖에 되지 않습니다. 읽은 줄 비율은 83.3%로 읽은 줄 비율이 거의 100%인 남학생에 비해서 덜 읽었지만 둘 다 문제풀이에서 정답을 맞추었기 때문에 적게 읽고 빠른 시간 내에 내용을 파악한 여학생이 더 효율적으로 읽은 셈이죠. 다만 여학생의 경우 줄을 바꿀 때 시선을 조정하는 운동(보라색 선 12%)이 남학생(6%)에 비해 두 배나 더 많이 보여요. 이럴 때는 문자 간격을 더 크게 띄워주면 글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읽는 데 도움이 되겠죠.

여학생은 어휘력을 늘이면서 꾸준히 연습하면서 글 읽는 속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남학생은 글자의 음운을 읽어내는 것을 좀 더 훈련해야 겠어요.

역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요?

유창한 글읽기는 우측 이동과 줄바꿈, 그리고 약간의 역행 도약만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요. 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눈이 움직이면 이탈의 비율이 높아지고 글읽기가 어려울수록 역행의 비율이 높아져요.

유창하게 글을 읽는 경우에는 정상 70%, 줄바꿈 20% 정도가 적당합니다. 역행이 10%이내일 때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역행 하나만으로는 글 읽는 능력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글의 난이도와 글을 읽는 사람의 글읽기 능력이나 흥미도 등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